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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여행

인도네시아에서 삥뜯긴 이야기

한 3년 전쯤 이야기 입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 장기간 파견을 나간 일이 있습니다.
나름 인니어도 좀 하고 인도네시아 사정에 밝다고 생각하던 무렵니다.
한국에서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친구가 놀러와서 어디를 구경을 시킬까 하다가, 인도네이사 반둥 지역의 화산 온천을 구경가기로 하였습니다.
땅꾸반 파라우(TANGKUBB PARAHU), 휴화산으로 경치도 볼만하고, 화산 온천 리조트도 있어, 자카르타에서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자주 가는 관광지입니다.



자카르타에서 달리고 달려 도착한 땅꾸반 파라우, 한라산도, 백두산도 못 가본 저로써는 처음보는 화산 분화구에 마냥 즐거웠습니다.
분화구 근처에는 현지인 호객꾼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게다가 한국말을 엄청 잘하더군요.

"화산 유황 천원! 천원!"
"화산 돌 2천원! 2천원!"

흡사 한국인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호객꾼이, 한국말로 이러더군요..

"계란 삶아 먹고 가자, 계한 삶아 먹고 가자"

먼고 했더니, 화산 등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화산 온천이 분출하는 곳이 있더군요.
그 온천에 발을 담구고 앉아, 계산을 온천물에 즉석으로 삶아 먹는 그런 코스입니다.
한국에서는 해 볼 수도 없는 체험에 저와 일행은 마냥 재밌어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코스가 끝난 후, 그 호객꾼이 가이드를 해 줬으니, 100만 루피(한국돈으로 약 10만원 상당)을 달라고 하더군요.
100만루피는 굉장히 큰 돈입니다. 그 당시, 인도네시아에 은행 직원 월급이 약 200만 루피 정도였으니, 우리 나라 물가로 치면, 200~300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당연히, 저는 무슨 소리냐, 너네 가게에서 계란 팔려고 데려온거 아니냐? 그랬더니, 자기는 가이드랍니다.
그러더니, 그 호객꾼 일당들이 하나 둘 씩 모이더군요. 몽둥이 하나씩 들고 말입니다.

일딴 쫄았습니다. 온갖 생각이 주마등 처럼 지나갑니다.

한국 대사관 공지가 날지도 모릅니다.

"한국인 관광객 일행, 땅꾸반 파라우에서 깝쭉대다 실종되었으니, 교민 여러분도 깝쭉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희 일행, 저, 여지찬구, 여자친구의 친구 그리고 제가 고용하고 있던 기사..
4:4 쪽수는 맞습니다만,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하던 제가 무슨 체격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여자 일행도 있으니, 어찌되었든, 보호를 해야 합니다.
결국, 기사 아저씨한테 쇼부 좀 봐달라고 해서, 30만 루피에 쇼부를 봤습니다.

아직도 소주한잔 들어가면, 저희 와이프(그때는 여친이었던)랑 가끔 그 때 일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번 경험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1.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는 절때 호객꾼을 따라가지 말 것 - 특히나, 인적이 으슥한 곳은 절대 금물

2. 만일을 대비해 항상 몸값(?) 정도는 항상 휴대할 것

3. 문제의 상황에서 한국인 특유의 객기를 절대로 부리지 말 것

4. 네고도 가능하니, 요구한 금액을 다 주지는 말 것

5. 자만하지 말 것

우리와는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간다는 것은 항상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쪽팔리는 이야기지만, 아토피에 좋다고 해서 화산 유황도 3통이나 샀습니다만, 공항에서 걸려서 빼꼈습니다. 젠장.....